[트럼프리스크①]
트럼프 공약집 '어젠다47', 상호무역법 도입 예고
전 국가에 보편관세 10%P 추가, 中엔 60% 초고율 관세
반도체·AI 공급망 고립도 가속화 전망
세계 성장률 연간 1% 감소 우려
對美 무역흑자 늘어난 韓경제 비상‘관세(tariff)’ 82회, ‘중국(China)’ 150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공약집인 ‘어젠다 47’에서 관세와 중국을 언급한 횟수다. 집권 1기보다 훨씬 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와 미·중 무역전쟁을 예고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 대선 공화당 후보로 확정되면서 ‘트럼프 리스크’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관세 폭탄’과 중국, 유럽연합(EU) 등의 보복관세 맞불로 국가 간 교역이 위축되고 글로벌 경제성장률(GDP)이 연간 1%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전 세계에 보호무역 기조와 무역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며 교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을 비롯해 글로벌 경제에도 커다란 후폭풍이 예상된다.
트럼프, 상호무역법 도입 예고…"글로벌 GDP 1% 감소"
19일 트럼프 전 대통령 공약집인 ‘어젠다 47’에 따르면 트럼프 2기 출범 시 최우선 통상정책은 관세 인상으로 요약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관세 인상 수단 중 하나로 ‘상호무역법’ 도입을 제시했다. 외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와 동일한 세율을 미국도 해외 수입품에 부과하는 내용이 이 법의 골자다. A국가가 미국보다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도 상응해 세율을 올리고, B국가가 관세를 내리면 대통령에게도 같은 수준으로 세율을 내릴 권한을 주겠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관세를 올리거나 내릴 권한은 의회에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상호무역법 도입을 예고한 이유로는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미국 관세율이 꼽힌다. 공약집에 따르면 전 세계 평균 관세율은 미국의 두 배를 넘는다. 곡물 등 식품의 경우 미국의 관세율은 3.1%지만 인도는 32.9%, 중국은 19.5%로 훨씬 높다. 운송장비도 미국은 관세율이 2.9%인 반면 인도는 25.3%를 적용한다. 이 같은 세율 차이가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고 미국 내 제조업 이탈과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모든 국가에 보편적 기본관세 10%포인트를 추가 적용하고, 중국에는 60%가 넘는 초고율 관세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무역적자를 악화시키는 환율조작국에도 관세를 물린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 후 공약을 완전히 이행할 경우 미국의 실효 관세는 12%로 1940년대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오른다고 알리안츠 리서치는 분석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와 알리안츠 리서치에 따르면 이 같은 무역 갈등과 교역 위축으로 미국과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첫해에만 각각 1.4%포인트, 0.6%포인트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글로벌 GDP는 2026년 0.9%, 2027년 1%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美, 대중 누적 무역적자 2경 넘어…미·중 디커플링 심화
트럼프 2기가 현실화하면 미국의 가장 큰 타깃은 최대 경쟁자인 중국이 될 전망이다. 미국의 대(對)중국 무역적자는 지난 2000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누적 17조달러(약 2경26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중 관세를 60% 이상으로 올리고, 중국의 WTO 가입에 맞춰 부여한 최혜국 대우를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 철회 시 중국의 대미 수출 관세율 평균이 현재 한 자릿수에서 30~40% 수준까지 뛸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멕시코 공장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자동차에는 100% 관세를 부과해 우회로를 봉쇄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초고율 관세 폭탄으로 미·중 교역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BE)는 미국이 대중 관세를 60%로 상향 시 미국 전체 수입품에서 중국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3년 14%에서 2030년 1%로 급감할 것으로 추산했다. 대중 관세를 현재 세율인 평균 12%로 유지만 해도 중국산 수입 비중은 2030년 10%로 줄어든다고 봤다. 지난 2018년 미·중 무역전쟁 전만 해도 최고 22%에 달했다. 여기에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공급망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움직임 역시 가속화 할 전망이다. 이는 미·중 경제 양쪽에 재앙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내에서 인플레이션이 치솟고 무역 갈등으로 미국산 제품의 경쟁력 약화, 고용 감소가 예상된다. 중국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이 그대로 실행되면 중국 GDP는 2025년 0.5% 감소하고 2026년 1.1%, 2027년 1.4%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알리안츠 리서치 등은 추산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관세는 기본적으로 무역이 불가능한 수준까지 높아지지 않는 한 무역적자를 없애주지 않는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은 미국 경제에 이익은커녕 세계 경제 리더를 포기한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대미 무역흑자 증가’ 한국 경제도 비상
교역으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는 2기 트럼프 출범 시 후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2017년 트럼프 1기 출범 직후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받았고, 철강 232조로 대미 철강 수출 물량을 제한받았다. 최근 대미 무역흑자까지 늘고 있어 무역적자에 민감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후 또다시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할 공산이 크다.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2023년 445억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로 5년 전인 2018년(138억달러)보다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기를 공약해 미국 시장에 진출한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의 타격이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철회할 경우 미국 내 판매 감소가 불가피하다. 미·중 디커플링과 이로 인한 탈(脫) 중국 압박도 우리 경제를 짓누르는 부담 요인이다. 한국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고, 중국이 이를 가공해 미국에 수출하는 무역 구조에서 미·중 교역 축소는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