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FOMC, 연내 3회 인하 전망 유지
파월 "인플레 점진적 완화…연내 인하 적절"
6월 인하 전망 확산…美 3대 지수 최고치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5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올해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예상보다 뜨거운 인플레이션으로 Fed가 연내 금리를 2회 내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전망했으나 Fed는 기존 3회 인하 전망을 유지했다. 다만 올해 금리를 내린 뒤 내년부터는 예상보다 완만한 속도로 인하가 이뤄질 것임을 예고했다. 투자자들이 당초 예상보다 비둘기파적(통화완화 선호)인 3월 FOMC에 일제히 반색하며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Fed, 연내 3회 금리 인하 전망 유지
Fed는 20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 후 공개한 정책결정문을 통해 연방기금금리를 기존 5.25~5.5%로 만장일치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과 11월, 12월, 올해 1월에 이어 5회 연속 동결 결정으로, 한국과의 금리 차는 상단 기준으로 2%포인트를 유지했다. Fed는 정책결정문에서 "최근 지표는 경제 활동이 견고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을 가질 때까지 목표 범위를 줄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1월 FOMC 정책결정문과 비교해 주목할 만한 변화는 없었다.
시장이 일찌감치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해 온 터라 이번 FOMC의 주요 관전 포인트는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였다. Fed는 이날 점도표에서 올해 연말 금리 전망치를 종전과 같은 4.6%(중앙값)로 유지했다. 현재 5.25~5.5% 수준에서 연내 0.25%포인트씩 3회 인하가 가능함을 예고한 것이다. 1월과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두 달 연속 시장 전망을 상회했지만 Fed는 예상을 깨고 올해 금리 인하 전망을 변경하지 않았다. 다만 내년과 후년 금리 인하 전망은 수정했다. 2025년 말 금리 전망치는 종전 3.6%에서 3.9%, 2026년 말 금리 전망치는 종전 2.9%에서 3.1%로 상향했다. 내년 이후 금리 인하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더뎌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2026년 이후 금리 전망은 기존 보다 0.1%포인트 상향한 2.6%로 제시했다. 경제 성장을 촉진하지도 않고 제한하지도 않는 '중립금리'가 소폭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아울러 Fed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대폭 상향했고, 인플레이션 예상은 소폭 올려잡았다. 이날 분기별로 발표하는 경제전망요약(SEP)에서 Fed는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1.4%에서 2.1%로 상향하고, 실업률은 종전 4.1%에서 4%로 하향했다. Fed가 가장 눈여겨보는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종전 대비 0.2%포인트 상향한 2.8%로 제시했다. 미국 경제와 고용이 강력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이 크게 뛰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비둘기' 파월 "인플레 점진적 완화…연내 금리 인하 적절"
제롬 파월 Fed 의장은 FOMC 직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올해 초 인플레이션 상승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는 뜻과 함께 연내 금리 인하 방침을 재확인했다. 파월 의장은 최근 물가 상승에 대해 "인플레이션이 때때로 울퉁불퉁한(bumpy) 길을 따라 2%를 향해 점진적으로 둔화하고 있다는 전반적인 이야기를 바꾸지는 못했다"며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계속해서 좋은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Fed의 올해 금리 인하 횟수가 줄어들 것이란 시장 일각의 경계감에도 불구하고, 파월 의장은 일시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높게 나올 순 있지만 추세적인 둔화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다만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장기 목표인 2%를 초과하고, 완화 과정이 평탄치 않다"면서 목표치인 2%로 둔화하고 있다는 추가 증거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또 "이번 사이클에서 정책금리가 정점에 달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어느 시점에 정책 억제를 되돌리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력한 노동 시장이 Fed의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는 요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내놨다. 그는 "고용 시장 자체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킬 순 없다"며 "강력한 고용 자체만으로 금리 인하를 연기할 이유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상치 못한 노동시장 약화에 대한 정책 대응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양적 긴축 속도를 늦출 것이란 점을 시사했다. 그는 "이번 회의에서 자산 포트폴리오 축소 논의를 했고 조만간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하다는 공감대가 섰다"면서 "이는 대차대조표 축소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궁극적인 수준에 더 점진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대차대조표 축소로 불리는 양적 긴축은 Fed가 보유중인 채권을 매각하거나 만기 후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조치다.
'비둘기 파월'에 6월 인하 전망 확산…美 3대 지수, 사상 최고치
당초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이었던 FOMC와 파월 의장의 메시지에 시장에서는 6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6월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74% 넘게 반영하고 있다. 전날 59%가량에서 크게 상승했다.
뉴욕증시는 금리 인하 기대감에 3대 지수 모두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01.37포인트(1.03%) 뛴 3만9512.13에 거래를 마감해 역대 최고치를 돌파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46.11포인트(0.89%) 오른 5224.62,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02.62포인트(1.25%) 상승한 1만6369.41로 역시 사상 최고점을 찍었다. 기술주인 '매그니피센트 7' 종목은 모두 상승했다. 국채금리도 피벗(pivot·방향전환) 기대감에 하락세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6bp 하락한 4.626%에 거래되고 있다. 글로벌 채권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일 보다 1bp 내린 4.271%선을 오가는 중이다.
소시에테 제네랄 수석 미국 금리 전략가는 "강력한 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에도 Fed는 여전히 삭감 쪽으로 기운 것 같다"며 "Fed는 인플레이션의 월별 변화가 아닌 장기 추세를 보고 있고, 인플레이션이 전반적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내려간다면 금리를 인하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무소식이 희소식'이었던 기자회견은 시장이 계속 상승할 수 있는 청신호가 됐다"며 "Fed가 강세장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