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 등 핵심 경제 지표 발표를 앞두고 뉴욕 주식시장이 짙은 관망세를 보였다. 시장의 투자심리가 약해진 가운데 일부 자금은 온라인에서 입소문으로 거래되는 '밈(Meme) 주식'에 물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현지시간 13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6포인트, 0.02% 약보합인 5,221.42,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81.33포인트, 0.21% 내린 3만 9,431.51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애플의 주가 상승에 힘입어 47.37포인트, 0.29% 오른 1만 6,388.24에 장을 마감했다.
● 3년 만에 돌아온 밈 주식…'왕개미' 트윗 하나에 2배 폭등
미국의 대표적인 오프라인 게임 유통업체인 게임스톱이 개장 직후 1시간 만에 전 거래일 대비 110% 급등했다. 개별 종목의 변동성이 단시간에 5배 넘게 뛰면서 게임스톱 주식은 5분간 거래 정지에 들어갔고 이후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거래소의 과열 억제 조치에도 게임스톱은 이날 하루 74.4% 뛰었고, 대표적 밈 주식이었던 AMC엔터테인먼트도 78.4% 폭등했다.
실적이나 실질적인 기업 가치를 평가할 재료 없이 게임스탑 주가가 이날 이렇게 급등한 것은 2021년 레딧 플랫폼 등을 통해 해당 주식에 대한 투자를 주도한 '로어링 키티(Roaring Kitty;포효하는 고양이)' 본명 키스 길 트레이더가 X(트위터)에 남긴 글 때문이다.
키스 길은 2021년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투론방에서 게임스톱의 기업 가치를 낮게 보고 공매도한 헤지펀드를 겨냥해 대규모 개인 매수세를 만들고, 이후 기관들의 공매도 청산 과정의 숏커버로 주가를 높여 화제의 인물이 됐다. 3년 만에 돌아온 그는 의자에 앉아 게임을 하던 사람이 몸을 앞으로 숙여 관심을 표하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를 X(트위터)에 올려 시장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게임스톱에 공매도를 했던 기관들도 3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날 거액의 손실을 떠안았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S3파트너스 분석에 따르면 이달 들어 게임스톱에 대한 공매도 가운데 14억 3천 만 달러, 우리 돈 약 2조 원 가까운 자금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S3파트너스는 다만 게임스톱 주가 과열로 주당 30달러 수준 또는 그 이상에 머물 경우 공매도 진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정보를 교류하는 채널인 레딧도 이날 이용자 증가와 광고 수익에 대한 기대 등으로 8.71%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 애플도 결국 수용하나…OpenAI 계약 임박
인공지능 전략 부재로 비판을 받아온 애플이 결국 OpenAI와 손잡을 저낭이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애플은 iOS18 운영체제 개편에 맞춰 OpenAI와 계약 막바지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2010년 자체적인 음성 비서 시리(Siri)를 서비스해왔지만, 원활하지 못한 상호작용과 제한적인 용도로 애플 내부에서도 외면을 받아왔다.
이런 배경에서 애플의 소프트웨어 총괄 크레이그 페데리기 등 임원진은 이미 작년초 챗GPT를 사용한 뒤 시리 개편을 결정했고, 이를 바탕으로 올해 4월 OpenAI와의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지난 2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인공지능은 혁신적인 힘을 갖고 있고, 그 가능성을 믿는다"며 "완벽한 통합 등 차별화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애플은 이를 포함한 기술을 다음 달 10일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선보일 전망이다.
OpenAI도 이날 전격 GPT-4 후속인 GPT-4o를 공개했다. 지난해 3월 공개한 생성형 인공지능을 1년 만에 다시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무료 버전의 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GPT-4o는 50개 언어를 지원하고 문자와 사진, 음성 전반의 속도를 높였다. 특히 애플 맥에 전용 앱을 처음 탑자해 접근성을 높였고, 사람의 감정을 인식해 대화에 반영하는 능력까지 갖췄다. 미라 무라티 최고기술책임자는 제품 시연에서 "사용 편의성을 위한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후원을 받은 뒤 약 80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가진 OpenAI는 현재 활성 이용자수 1억 명 가량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애플과 OpenAI가 내놓은 일련의 발표들은 인공지능의 기반 기술을 닦아온 알파벳에 부정적인 재료로 작용했다. 하루 뒤 I/O 기술 컨퍼런스를 앞둔 구글은 제미나이(Gemini)를 애플에 공급하는 방안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GPT-4o와의 경쟁 구도가 부각되면서 오전 거래에서 약세를 보였다. 다만 오후 거래에서 주가 반등을 시작해 전날보다 0.36% 오른채 장을 마쳤다.
구글은 딥마인드와 구글브레인을 통합한 뒤 AI 기술개발을 이끌고 있는 데미스 하사비스를 전면에 내세워 I/O 컨퍼런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드웨어 제품보다 '픽시'로 알려진 개인 디지털비서 등의 공개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딥마인드는 이미 알파폴드3로 제약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단백질 구조 연산에 필요한 AI 기술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 핵심 물가지표 줄줄이…월가 기대치는 낮아졌다.
미국의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가 이번 주 화요일과 수요일 연이어 공개된다. 월가에서 전망하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3%, 근원 생산자물가는 0.2%로 전달과 유사하다.
시장의 핵심 지표로 여겨지는 소비자물가지수는 헤드라인 기준 지난 3월과 같은 0.4%, 전년대비로는 0.1%포인트 내린 3.4%다. 에너지와 식품가격을 제외한 시장 전망치는 전월대비 0.3%, 전년대비 3.6%로 각각 3월 지표보다 0.1%포인트, 0.2%포인트 낮다.
하지만 소비자물가지수 전망에 대한 월가의 기대는 그리 높지 않다. 모건스탠리는 4월 인플레이션 지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임대료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서비스물가 상승분을 상쇄하겠지만 깜짝 하락이 나오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다만 근원CPI 구성 항목의 40%를 차지하는 주택 임대료의 하락으로 남은 기간 통계 지표상 물가 하락을 기정 사실이라는 진단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웰스파고 역시 주거비 지표를 반영해 전월대비 근원 CPI는 0.3% 상승에 그칠 것이라면서도 연준의 확신을 더하기에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선물시장을 바탕으로 월가는 오는 9월 첫 금리인하를 시작해 12월까지 연내 2차례의 인하를 할 수 있다는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의 불확실한 환경이 이어지는 가운데 내일 생산자 물가지수 발표 이후에는 제롬 파월 연준의장이 네덜란드 경제 관련 토론에서 발언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