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상장기업들이 잇달아 배당을 확대하고 있다. 한 해 동안 무려 900개 기업이 배당을 늘리기로 하면서 연간 배당금 총액 역시 4년 연속 사상 최대 규모를 경신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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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내년 3월로 회계연도를 마감하는 상장기업 약 22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40%에 해당하는 약 900개 기업이 배당 확대를 계획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기업의 배당 총액은 전년 대비 8% 증가한 약 18조엔(약 157조3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이 경우 4년 연속 최대치를 갈아치우게 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대비로는 50% 증가한 수치다. 전체 상장기업 중 배당 확대를 계획한 기업의 비율 역시 7%포인트 높아졌다.
이러한 배당 확대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자산 구축 등의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닛케이는 상장기업 주식의 약 20%를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단순히 세전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3조6000억엔이 가계 소득으로 가게 된다고 전했다. 다이이치 생명연구소의 구마노 히데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배당금 약 18조엔은 실질 소비액 약 5000억엔 또는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0.1% 증가에 해당한다"면서 "배당금 수익은 통상 소득이 증가한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고령자를 중심으로 소비 자극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기업들이 배당 확대에 우르르 나선 것은 최근 도쿄증권거래소와 투자자들로부터 자본효율성 개선 요구가 높아진 여파다. 최근 호실적에 힘입어 이익잉여금이 쌓이는 상황에서 주주 환원 요구는 한층 커지고 있다. 2023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금융 등을 제외한 상장기업의 자기자본비율은 42%로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연간 순이익 감소 전망에도 배당을 확대하기로 한 기업이 230개사에 달한다는 점이다. 통상 일본에서는 배당과 이익을 연동시키는 경향이 강했었다. 하지만 각사 재무 기반이 안정화되면서 실적과 상관없이 배당을 올리기 쉬워진 것이라고 신문은 짚었다.
미쓰이물산은 2024 회계연도 연결 순이익이 전년 대비 1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연간 배당금은 30엔에서 200엔으로 늘리기로 했다. 호리 켄이치 미쓰이물산 사장은 "성장 투자와 주주 환원에 자금을 배분해 양쪽 모두 제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리가노 유업 역시 100억엔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함께 배당 등 주주환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밖에 동양시어터, 알프스 알파인 등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임에도 배당을 확대하기로 했고, 스미토모상사 등은 최소한의 배당을 보장하는 누진 배당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닛케이는 과거 일본 기업들의 배당 성향이 서방 기업에 비해 낮았지만 이제는 아니라면서 2024회계연도의 평균 배당 성향이 36%로 전년 대비 3%포인트 상승해 미국 S&P500지수(34%)에 필적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같은 기간 상장기업들의 전체 순이익은 전년 대비 2% 감소해 5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