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주가 9.5% 급락
반도체 주요 종목 약세에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7.75%
[사진 연합뉴스]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가 3일(현지시간) 10% 가까이 급락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9.53% 급락한 10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동안 시가총액 2789억달러(약 374조원)가 증발했다.
이날 시장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나타내면서 애플(-2.72%)과 마이크로소프트(-1.85%), 알파벳(-3.94%), 아마존(-1.26%), 메타(-1.83%), 테슬라(-1.64%)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 종목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지만, 엔비디아의 낙폭이 가장 컸다.
미 정부가 엔비디아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이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법무부가 엔비디아와 일부 다른 기업들에 반(反)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에 대한 소환장(subpoena)을 보냈다고 이날 보도했다. 소환장은 특정인에게 증거 제출이나 출석을 명령하는 공식적인 문서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법무부 이전에 기업에 설문지를 발송했는데, 이제는 수령인이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요청을 보냈다"고 전하고 "소환장을 송부함으로써 법무부의 조사는 정식 고발(formal complaint)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고 분석했다.
또 반독점법 담당자들은 엔비디아가 기업들이 다른 AI 칩 공급업체로 바꾸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자사의 AI 칩을 독점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기업에는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점에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일 미국의 기술분야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법무부가 AI 칩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경쟁업체들의 신고를 접수하고 사실을 확인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 AI 칩 시장에서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AMD 등 경쟁업체들은 엔비디아가 우월적 위치를 이용해 다른 업체들의 칩을 구매하는 기업에 '보복하겠다'는 취지로 위협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평가받는 AMD가 7.82% 떨어진 것을 비롯해 미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과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는 각각 6.16%와 6.53% 내렸고 퀄컴도 6.88% 하락했다.
이에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7.75% 급락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재차 불거진 가운데 'AI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이날 반도체 업종 매도세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잭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고객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브라이언 멀버리는 경기 둔화와 실업률 상승 우려에 따른 시장 변동성이 "가장 고평가된 섹터를 먼저 강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JP모건 자산운용 시장·투자 전략 부문 책임자인 마이클 쳄발레스트는 이날 "AI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 전에는 AI에 대한 지출이 정당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