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전주比 1.91% 하락한 2644.51 마감
기준 금리 인상·인플레 우려에 4거래일 연속 ↓
"물가 변동성 키워···상승세 둔화 신호 확인 필요"
"보수적인 접근 필요, 실적 개선세 보이는 기업 집중"제롬 파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준은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발표하고 현재 0.25~0.5%인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글로벌 증시가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에 출렁인 가운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지표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등 긴축 강도에 대한 불확실성은 완화했지만, 물가 상승세 둔화 신호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물가와 미 연준 긴축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는 29일 종가(2695.05) 대비 50.54포인트(1.91%) 떨어진 2644.51에 거래를 마쳤다. 2680선 후반에서 거래를 시작했던 코스피는 FOMC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에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이 결정된 후에도 자이언트 스텝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며 증시를 짓눌렀다. 제롬 파월 의장이 0.75%포인트 금리 인상에 대한 가능성을 일축했음에도 현재 시장에서는 6월 자이언트 스텝이 발생할 확률을 87.1%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4일 74.5%보다 12.6% 가량 오른 것이다. 7월까지 총 1.25%포인트 인상 확률도 지난 4일 73.2%에서 86.9%로 13.7% 가량 증가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5월 FOMC 이후 안도감은 하루 만에 종료되었다”며 “시장이 6월 자이언트 스텝에 대한 가능성을 높게 점치며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되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세도 이어졌다. 이번주 외국인과 기관은 각 8951억 원, 1조 1450억 원을 팔아치웠다. 개인 홀로 1조 9585억 원을 매수했지만 지수를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코스닥 역시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가 이어져 각 2402억 원, 3960억 원을 팔아치웠다. 코스닥에서도 개인의 매수세는 이어져 홀로 6576억 원을 사들였다.
6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관계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3.06포인트(1.23%) 내린 2,644.51에 거래를 마치며 나흘째 하락했다. 연합뉴스
이번주 코스피는 미국의 물가상승 지표에 따라 움직일 전망이다. 오는 11일 발표되는 미국의 4월 CPI를 통해 인플레이션 피크아웃(고점통과)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이 고점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되면 연준이 강하게 긴축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헤드라인 CPI 상승률은 전월보다 하락할 전망이지만 근원 CPI 상승률은 임대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하락 반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에너지 가격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연준의 긴축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완전히 걷히지 않아 재차 주식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U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 등으로 국제 유가가 다시 상승하고 있는 점은 증시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대러 제재 방안으로 에너지 가격 또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4일(현지 시간) EU의 러시아 경제 재제 발표 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 대비 5.40달러(5.3%) 오른 배럴당 107.8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김 연구원은 “물가 및 긴축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완전히 걷혔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수는 향후 2~3개월 간 물가 안정을 확인하며 단계적으로 상단을 높여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기 보다는 관망하며 보수적으로 접근하라는 조언을 내놓는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실질금리 상승과 함께 기대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는 구도 형성이 중요하다”며 “당분간 섣부른 투자 결정보다는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중장기 관점에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대형주의 분할 매수 방법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설명이다. 서 연구원은 실적 개선세가 병행되는 자동차, 철강·금속, 정유·화학, 상사 업종 등을 주요 관심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도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안전하고 실효성 높은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문 연구원은 “낮은 변동성을 갖춘 고배당 주에 집중해야 한다”며 “이익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섹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에너지, 경기소비재, 산업재, IT, 헬스케어, 우주항공, 메타버스 등 성장이 예상되는 주식을 기반으로 중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 연구원은 “상반기 가격 조정 시 비중을 확대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