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깜짝실적 발표 이어지자
하반기 ‘삼천피’ 장밋빛 전망
신용거래융자 20조 육박
이달들어 코스피 지지부진
‘삼천피(코스피 3000)’ 기대감에 빚투가 늘어나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박스권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코스피는 약보합에 그치며 반등에 실패했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국내 증시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9조 4781억7600만원으로 한 달여 전인 지난 4월 22일 (19조325억8100만원)보다 4455억9500만원 늘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투자자가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돈을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으로 빚투 규모를 가늠하는 척도다.
이 기간 코스닥 신용잔고의 증가 폭이 코스피를 7배 가까이 뛰어넘었다. 21일 코스닥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9조1819억8800만원으로 지난달 22일의 8조7933억2800만원보다 3886억6000만원 증가했지만 코스피 잔고는 569억3400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권가에서는 최근의 경기 회복세가 장미빛 전망을 끌어내면서 빚투 증가로 이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코스피 상장사 622개사의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46조8564억원으로 전년보다 84.07% 늘어나기도 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상향되고 실적 개선이 이뤄지면서 증시 상승 기대감이 신용거래융자 증가 등으로 반영되고 있다”며 “하지만 경기 회복세가 내년까지 이어지기 어렵고 미국 대선에 가까워질수록 글로벌 갈등도 심화될 수 있기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하반기 코스피 상단으로 3000 이상을 제시하는 증권사들이 대거 나오는 등 증권가에는 장밋빛 전망이 드리우고 있다.
하나증권은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 금리를 인하 할 경우 코스피가 31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고, 대신증권은 올해 코스피 예상 밴드로 2530~3110을 제시했다.
신한투자증권·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한화투자증권·현대차증권·DS투자증권 등 6개사는 하반기 지수 상단으로 3000을 제시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 우리나라와 미국의 호실적이 이어지고 중국 수효회복 기대감도 유효하기에 코스피가 고점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9월에 연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더라도 주가가 내려가기보다는 오히려 안도감이 주가를 견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빚투에 뛰어드는 개미들이 늘어나자 증권사도 신용융자 이자율 할인 행사를 단행하는 추세다. 한화투자증권은 내달 28일까지 신용융자와 담보대출 상품에 대한 ‘신용대출 금리할인’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DB금융투자도 유사하게 오는 7월 31일까지 신용융자·대출 금리 할인 행사를 이어간다. 양사 모두 신규고객과 휴면고객을 대상으로 약정 체결일부터 90일간 연 4.8% 금리를 제공한다. 신한투자증권과 교보증권 등도 신용융자 금리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시장의 기대와 다르게 코스피는 이날까지 보합권에 머물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06% 하락하며 2,721.87에 장을 마쳤다.
22일(현지시간) 연준이 공개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의 매파적 분위기가 장 초반의 하락세로 이어졌으나 대형주 위주로 외국인 수급이 유입되면서 상승 마감했다.
이날 약보합 마감한 코스피 지수는 지난 7일 2700을 돌파한 뒤 이날까지 2700∼2750 박스권에 갇히며 지난 3월 26일 기록한 장중 연고점 2779.4도 넘어서지 못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