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교환대상 사모 EB 발행 잇따라
자사주 보유·처분 공시 강화 방안 우회코스닥 상장기업의 자기주식 대상 교환사채(EB) 발행이 잇따르고 있다. 자사주 규제가 예고된 상황에서 규제 우회 수단으로 EB를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코스닥 시장에서 기업들의 교환사채 발행 결정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사진=각 사]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AP시스템, 알서포트, 에프엔에스테크 등은 최근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사모 교환사채권 발행을 결정했다. 교환사채 발행과 함께 세 기업 모두 자사주 처분 결정을 공시했다.
AP시스템은 지난 17일 78억원 규모의 제 2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교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표면 이자율은 0%, 만기 이자율은 1.0%다. 사채 만기일은 2027년 6월 19일이며, 교환 대상은 AP시스템의 보통주 26만1287주다.
알서포트는 18일 약 37억원의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제 2회차 무기명식 무이권부 무보증 사모 교환사채 발행을 알렸다. 표면 이자율과 만기 이자율은 0%이며, 사채 만기일은 2029년 6월 20일이다. 교환 대상은 자사주 80만주다.
에프엔에스테크는 19일 95억원의 제 8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교환사채 발행을 공시했다. 표면 이자율은 0%, 만기 이자율은 2.0%다. 사채 만기일은 2029년 6월 25일로, 교환 대상은 에프엔에스테크 주식회사 기명식 보통주식 58만주다.
이들 기업은 모두 보유 자사주 대부분을 사모 EB 발행을 통해 처분할 예정이다.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이 아니라, 뚜렷한 경영상 목적없이 제3자에게 매각하는 방식이다. 사모 EB 인수 주체는 실체가 불분명한 신기술투자조합이다.
이 때문에 자사주 EB 발행이 금융당국의 자사주 규제 회피를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위는 최근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예고했다.
증발공 규정 개정안은 상장사의 자사주 보유 비중이 발행주식총수의 5% 이상인 경우, 자사주 보유 현황과 목적·향후 처리 계획(추가 취득, 소각 등) 등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 이사회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또한 자사주 처분 때 처분 목적과 처분 상대방의 선정 사유, 예상되는 주식가치 희석 효과 등도 공시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등을 거쳐 올해 3분기 중 시행될 예정이다.
자사주 공시 강화 방안은 임의적 자사주 처분에 대한 시장의 감시와 견제 기능을 높이고, 일반주주의 권익 제고를 목적으로 한다. 최대주주 입장에서는 자사주를 활용한 지배력 강화가 불가능해짐은 물론이고, 자사주 매입 이후 활용이 어려워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의 공시 강화 방안은 합당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권 방어 등에 사용될 수 있는 효율적 수단이 하나 없어진 것"이라며 "자사주를 EB로 전환하는 목적이 개정안 회피에만 있다고 볼 순 없지만, (기업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