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월스트리트는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2월1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결정을 앞두고 관계자들의 공개적인 발언이 금지되는 시기(블랙아웃)에 접어들면서, 시장은 어닝시즌에 더욱 집중할 전망이다.
S&P500기업 중 80곳 이상이 이번주 실적을 내놓는다. 유니언 퍼시픽, CSX, 사우스웨스트 항공 등 교통관련주와 테슬라,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비자, 마스터카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금융주들이 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이미 시장은 기업들의 실적 및 경영현황 발표 내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주 골드만삭스는 실적추정치를 '미스'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넷플릭스는 '어닝 미스'를 기록했지만 예상보다 많은 신규 가입자수를 발표한 덕분에 주가가 급등했다.
CFRA의 샘 스토발 최고투자책임자는 "실적은 기업별로 다르지만, 성장률 전망치는 확실히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며 "거시적 측면에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에서 나타난 고용 감소는 좋지 않은 신호이지만, 미시적으로 봤을 때 고무적인 것"이라고 진단했다.
BNY멜론 웰스매니지먼트의 레오 그로호스키 최고투자책임자는 "그동안 기업 실적은 시장을 주도해 왔던 연준 이슈에 비해 부수적인 역할에 그쳤다"며 "이제 시장은 기업별 실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주일 동안 연준이 블랙아웃에 들어갔기 때문에, 시장에선 이같은 움직임이 훨씬 더 일어나게 될 것"이라며 "시장이 기업의 펀더먼털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어닝시즌이 증시의 큰 방향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BMO의 이안 린겐 미국금리전략 헤드는 "모든 것이 연준의 (금리인상) '카운트다운'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4분기부터 경기침체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없다"며 "시장 전망을 웃도는 '업사이드 서프라이즈'와 전망에 미치지 못하는 '다운사이드 미스'도 거시적 흐름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권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가이드스톤 캐피탈매니지먼트의 데이비드 스피카 대표는 블룸버그에 "S&P는 수익 관점에서 봤을 때 적절치 않은 밸류에이션에서 거래 중"이라며 "채권은 상대적으로 주식에 비해 비싸지만, 훨씬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블라인 캐피털의 제프리 건들라크는 "채권시장은 증시에 비해 분명히 싸다"며 "나는 60/40(주식, 채권 비율)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40/60 또는 60/25/15(채권, 주식, 기타)로 갈 것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시장은 과연 연준이 2월1일 금리를 얼마나 올릴 것이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월가는 연준이 2월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지만,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진단한다.
그로호스키 최고투자책임자는 "시장은 연준이 당초 계획한 만큼의 약을 투여할 필요가 없다고 계속 기대하고 있다"며 "그러나 연준은 우리 기대처럼 피벗(정책 전환)에 나설 생각이 없다는 신호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계속 금리를 올린 후 높은 수준의 금지를 유지할 것"이라며 "희망을 갖는 것은 좋지만, 솔직히 연준의 피벗은 2024년에 나타날 가능성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