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고금리·고환율이라는 겹악재를 맞닥뜨린 국내 증시가 이번 주 미국 크리스마스 휴장(24~25일) 기간 관망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전문가들은 극심한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증시 민감도가 많이 높아진 상황이니만큼 배당주나 실적이 양호한 업종을 중심으로 대응하라고 조언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지난 20일 전 거래일 대비 31.78포인트(1.95%) 하락한 2404.15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한 주(16~19일) 90.31포인트(3.62%) 하락한 코스피 지수는 장 중 한때 2400선 밑으로 추락하기도 했다. 코스피 지수 2400선이 붕괴한 건 지난 10일 이후 8거래일만이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는 25.42포인트(3.66%) 하락한 668.31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투자가들의 자금 이탈이 뼈아팠다. 지난 한 주 외국인 투자가들은 코스피 시장에서만 2조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3290억 원어치를 팔아 치우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8일(현지 시간) 진행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향후 기준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임을 시사하며 달러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다. FOMC 이후 원·달러 환율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1450원을 돌파하며 급등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당장에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끌만한 호재가 보이지 않는다며 방어 중심의 투자 전략을 권고했다. 시장에 특별히 영향을 미칠 만한 경제지표 발표도 없는 데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증시도 오는 25일 휴장하는 탓에 불확실성 해소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외국인 이탈로 수급 환경이 악화한 탓에 국내 증시가 정치적 이슈에 따라 큰 폭의 변동을 보일 것이란 분석도 흘러나온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매크로 지표들과 정치적 이슈에 민감한 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당분간 4분기 실적이 양호한 업종이나 종목 중심으로 대응하는 전략이 유리할 것”이라고 짚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책 이벤트나 주요 경제지표 발표도 부재한 만큼 시장의 큰 방향성이 나타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주식배당기준일(26일)과 배당락일(27일)이 임박한 만큼 결산 배당을 위한 고배당 종목들로의 수급 이동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저렴한 엔화를 빌려 외국 자산에 투자) 청산 우려도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일본은행(BOJ)가 예상대로 기준 금리를 동결하긴 했으나 결정이 만장일치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내년 1월에는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 경우 수급이 취약해진 국내 증시가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NH투자증권은 이번 주 코스피 지수가 2390~2510포인트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하며 음식료, 화장품, 유통, 의류, 은행, 증권 등 단기적으로 주가가 많이 빠진 내수주나 배당 업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것을 권고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금리·고환율 부담, 미국 정치와 정책 불확실성, 반도체 업황 불안 등 여러 악재가 밀집된 구간"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국내 조기 대선 기대감을 선반영할 수 있는 내수주와 배당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코스피 가격 이점은 분명히 높아진 상황임을 감안하면 추가 하락 시 분할 매수에 나서는 것도 괜찮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