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원·달러 환율은 1340원대에서 지지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강한 소비가 입증되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이 약화되고, 전세계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여전해 위험회피 심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환율이 며칠 새 급등한 만큼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경계감이 커지며 상승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간밤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1개월물은 1343.0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 포인트(-2.35원)를 고려하면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44.2원) 대비 1.15원 상승 개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가 금리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을 시사하고, 소비 마저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연준의 연내 금리인하 기대가 재조정되는 모습이다.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매 판매는 계절 조정 기준 전월보다 0.6% 늘어난 7099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수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예상치였던 0.4% 증가를 웃돈 것으로 직전월 수치(0.3%)보다 상승 폭이 두 배 컸다. 미국의 소비는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탄탄한 소비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강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소식에 국채금리는 상승하고 달러화 가치도 올랐다. 10년물 국채금리는 12월 중순 이후 최고치인 4.12%까지 상승했다. 달러인덱스는 17일(현지시간) 오후 6시 14분 기준 103.39을 기록하며 보합권이다. 달러 강세에 아시아 통화는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달러·위안 환율은 7.21위안, 달러·엔 환율은 148엔대로 나타났다.
강한 경제 지표로 인해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낮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오는 3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57.1%를 기록했다. 전날 장 마감 기준 65%에서 더 떨어진 것이다.
간밤 뉴욕증시가 하락한 만큼 이날 국내 증시도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가 이어지며 환율 상승이 지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에도 외국인은 1조원 이상을 매도했다. 다만 당국이 최근 환율 급등에 대해 면밀하게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에 나서며 환율 상단을 제한할 수도 있다.
한편 이날 저녁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앞서 보스틱 총재는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금리를 조기 인하하면 다시 인플레이션이 오를 것”이라며 “미국의 금리인하는 올해 3분기에나 가능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번 연설에서도 이같은 기조를 이어간다면 시장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을 더욱 낮출 것으로 보인다.